제사상 차리기, 아직도 홍동백서 고민하세요? 성균관의 '파격' 제안

“이번 명절엔 제사상 때문에 싸우지 맙시다!”

명절이나 기일이 다가오면 며느리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전은 내가 부칠 테니 과일은 네가 깎아라” 하는 눈치 싸움이 시작됩니다. 도대체 이 복잡한 상차림 예법, 누가 만들었을까요?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 이거 하나라도 틀리면 조상님이 노하실까요?”

놀랍게도 조선시대 예법의 기준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는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말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사상을 간소하게 차려 정성을 다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하죠.

오늘은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혀온 **복잡한 제사상 규칙의 ‘진실’**과, 최근 성균관이 발표하여 화제가 된 **‘현대식 제사상 표준안’**을 통해 스트레스 없는 상차림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1. 우리가 알던 ‘국룰’, 알고 보면 근거가 없다?

매번 헷갈리는 사자성어들, 일단 뜻은 알아봅시다.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통용되는 규칙이니까요.

  •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 조율이시(棗栗梨柹): 왼쪽부터 대추(조), 밤(율), 배(이), 감(시) 순서
  •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 두동미서(頭東尾西): 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 좌포우혜(左脯右醯): 포(북어)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후대에 사람들이 보기 좋게 정리하려고 만든 **‘관습’**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이 있죠? 이 말 자체가 집집마다(가가례, 家家禮) 상차림이 달랐음을 증명합니다.

2. “전 부치느라 고생하지 마세요” 성균관의 파격 선언

2024년 1월, 유교 전통의 본산인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 성균관의 제언:

  1. “기름에 지지고 볶는 '전(煎)'은 필수가 아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
  2. “음식 가짓수는 9가지 정도면 충분하다.”
  3.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면 피자, 치킨, 커피도 OK.”

성균관은 **“제례의 본질은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정성이지, 음식의 가짓수나 형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음식 준비 때문에 가족끼리 얼굴 붉히고 다투는 것이야말로 조상님께 가장 큰 불효라는 것이죠.

3. 이것만 알면 끝! [초간단 5열 배치법]

그래도 기본 뼈대는 지키고 싶다면? 딱 5줄(5열)만 기억하세요. 병풍(신위) 쪽이 1열, 자손들이 절하는 쪽이 5열입니다.

위치놓는 음식배치 원칙 (참고용)
1열 (맨 안쪽)밥, 국, 수저, 술잔밥은 서쪽, 국은 동쪽 (살아계실 때와 반대)
2열메인 요리 (구이, 전)어동육서 (생선 동, 고기 서)
3열탕 (찌개류)요즘은 생략하거나 2열과 합치기도 함
4열반찬 (나물, 포, 식혜)좌포우혜 (포 왼쪽, 식혜 오른쪽)
5열 (맨 바깥)과일, 과자홍동백서 (붉은색 동, 흰색 서)

🍯 꿀팁: 방향이 헷갈리시나요? **신위(지방)가 있는 쪽이 ‘북쪽’**으로 칩니다. 따라서 지방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손 쪽이 동쪽, 왼손 쪽이 서쪽입니다.

4. 절대로 올리면 안 되는 음식 3가지 (이건 꼭 지키세요!)

형식은 자유로워졌지만, 귀신을 쫓거나 조상님께 예의가 아니라고 여겨 피하는 음식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1. 복숭아: 털 달린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2. 끝이 '치’로 끝나는 생선: 꽁치, 갈치, 삼치 등. ‘치’ 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하급 어종으로 여겨, 대신 '어’나 '기’로 끝나는 생선(조기, 숭어, 민어)을 씁니다.
  3. 고춧가루, 마늘: 향이 강하고 붉은색(양기)인 양념은 영혼을 밀어낸다고 하여, 나물이나 탕을 할 때도 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합니다.

마무리하며: “형식보다는 마음을 채우세요”

이제 제사상 앞에서 스마트폰 꺼내서 “홍동백서 맞나?” 검색하며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배 조금 잘못 놓았다고, 사과 위치가 바뀌었다고 조상님이 안 오시는 것 아닙니다.

이번 제사에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것보다, “아버지, 이번에 승진했어요.”, “어머니, 손주가 벌써 학교에 갔어요.” 하며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는 마음으로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이 웃으면서 준비하는 밥상이야말로, 조상님이 받으시고 가장 기뻐하실 최고의 제사상일 테니까요.

화제의 질문 (FAQ)

Q. 피자나 치킨을 올려도 되나요?
네, 가능합니다. 성균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고인이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무방합니다.
Q. 전을 꼭 부쳐야 하나요?
아니요, 성균관 표준안에서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지는 음식을 필수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화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